SERIES · PILLAR 01

의미를 살아낸다는 것 — 우리 시대의 가장 조용한 갈증

통계청 데이터와 1946년의 한 정신의학자, 그리고 우리 모두의 검색창에 적힌 한 줄에 대하여.

· 12분 읽기 · 의미 · 삶의 목적

새벽 2시, 우리는 같은 문장을 적습니다

새벽 2시, 검색창에 이런 말을 적어본 적 있나요?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혹은 이런 문장들. "사는 게 공허하다."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 "이게 내가 원했던 인생인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자주 적히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통계가 말하는, 한국인의 조용한 갈증

통계청 2023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한국인은 34.7%입니다.1

절반 이상이 "그저 그렇다" 혹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물질적으로 부족하다"고 답한 사람은 22%뿐이었습니다.

숫자가 알려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 다른 무언가입니다.

한국갤럽이 2024년 발표한 한국인의 행복과 가치관 조사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잡혔습니다.2 30대와 40대의 절반 이상이 "내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문항에 동의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시대 전체가 함께 짊어진, 조용한 갈증입니다.

한 정신의학자가 1946년에 붙인 이름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1946년,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3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고, 살아남지 못한 동료들과 자신의 차이를 평생 분석한 사람입니다.

그의 결론은 단순했습니다.

"인간이 진짜 견딜 수 없는 것은 고통이 아니다. 의미 없는 고통이다."

수용소의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낸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살아야 하는지" 답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자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끝내지 못한 책을 쓰기 위해,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기 위해 — 그 왜(why)가 그들을 살게 했습니다.

프랭클이 이 에 붙인 이름이 바로 '의미(meaning)'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한 가지 도발적인 명제를 던집니다.

"의미는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왜 도발적이냐면 — 우리가 자주 듣는 자기계발 어법과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의미는 네가 만드는 것!" 같은 말. 프랭클은 정중하게 반대합니다. 의미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 안에 숨어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의미를 측정할 수 있을까 — Steger의 MLQ

프랭클의 통찰이 한 권의 책에 그쳤다면, 우리는 그것을 "철학"이라고 부르고 끝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심리학자들은 이 개념을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네소타 대학의 마이클 스테거(Michael Steger)는 2006년, Meaning in Life Questionnaire(MLQ)라는 척도를 개발해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에 발표했습니다.4

그가 발견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이것입니다. 삶의 의미는 한 차원이 아니라 두 차원입니다.

스테거의 후속 연구에서 가장 큰 불안·우울과 연관된 상태는, 의외로 "탐색은 높은데 현존이 낮은 상태"였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자기계발서 50권을 읽고, MBTI도 강점검사도 다 해보고, 미라클 모닝도 시도해보지만 — 여전히 "그래서 내 삶에 의미가 있다"는 감각은 잡히지 않는 상태. 가장 열심히 찾는데, 가장 못 느끼는 상태. 우리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종류의 피로입니다.

의미와 행복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 Diener의 SWLS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에드 디너(Ed Diener)가 1985년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에 발표한 Satisfaction With Life Scale(SWLS)은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가장 널리 쓰이는 척도입니다.5

수십 년에 걸친 SWLS 후속 연구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사실이 있습니다.

소득과 삶의 만족도는 일정 수준(생계 안정선)을 넘으면 거의 정적 상관이 없다.

즉, 어느 선을 넘으면 "더 버는 것"이 "더 만족스러운 것"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결과죠.

그렇다면 그 선을 넘은 뒤에는 무엇이 만족을 결정할까요? 디너의 후속 연구들과, 캐럴 리프(Carol Ryff)가 1989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한 Psychological Well-Being Scale은 한 방향을 가리킵니다.6

리프는 심리적 안녕을 6개 차원으로 나누었습니다.

  1. 자율성 (Autonomy)
  2. 환경 통제력 (Environmental Mastery)
  3. 개인적 성장 (Personal Growth)
  4. 타인과의 긍정적 관계 (Positive Relations with Others)
  5. 삶의 목적 (Purpose in Life)
  6. 자기 수용 (Self-Acceptance)

이 6개 중 절반은 "관계"나 "능력"이지만, 나머지 절반 — 자율성·개인적 성장·삶의 목적 — 은 모두 "의미"의 다른 이름입니다.

리프의 30년에 걸친 연구가 도달한 결론은 명확합니다. 장기적인 안녕은 즐거움이 아니라 의미에서 온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 짚어왔는가

여기까지의 연구들을 종합하면, 한 가지 그림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 우리 시대 전체가 — 갈증의 이름을 잘못 짚어왔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검색창의 그 한 줄을 다시 적는 일입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가 아니라,

"내 삶 안에, 이미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이 두 문장은 글자 수는 비슷하지만, 가리키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첫 번째는 없는 것을 찾는 문장이고, 두 번째는 있는 것을 알아보는 문장입니다.

"의미를 살아낸다"는 말의 의미

프랭클이 살아낸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공통점은, 그들이 의미를 '갖고 있었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의미를 '살아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의미는 깨달음이 아닙니다. 결심이 아닙니다. 글귀가 아닙니다.

의미는 오늘 아침의 한 행동, 이번 주의 한 결정, 누군가와의 한 대화 안에서 다시 발견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미는 한 번 찾으면 끝나는 보물이 아니라, 매일 작은 형태로 다시 새겨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의미를 살아낸다"고 말할 때의 뜻입니다.

오늘 밤, 한 줄만

이 글을 닫기 전에, 단 한 가지만 제안합니다.

오늘 밤 잠들기 전, 종이 한 장과 펜을 꺼내 다음 한 줄을 적어보세요.

"오늘 하루 중, 가장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가?"

답은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동료의 한마디일 수도 있고, 아이의 얼굴일 수도 있고, 출근길의 풍경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한 작은 친절일 수도 있습니다.

스테거가 말한 '현존의 의미'는 거기에서 시작합니다. 거대한 깨달음이 아니라, 작은 순간을 알아보는 능력에서.

손글씨로 적기를 권합니다. 다음 글에서 다루겠지만, 손으로 적는다는 행위는 뇌에 일어나는 일이 키보드와는 다릅니다.7 그리고 그 노트는 일주일 뒤에 다시 펼쳐 읽어보세요. 거기에 당신 삶의 의미의 단서들이 흩어져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Sources)

  1. 통계청 (2023). 2023년 한국의 사회지표. kostat.go.kr
  2. 한국갤럽 (2024). 한국인의 행복과 가치관 조사. gallup.co.kr
  3. Frankl, V. E. (1946). Man's Search for Meaning. Beacon Press. (한국어판: 죽음의 수용소에서, 청아출판사)
  4. Steger, M. F., Frazier, P., Oishi, S., & Kaler, M. (2006). The Meaning in Life Questionnaire: Assessing the presence of and search for meaning in life.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53(1), 80–93. DOI: 10.1037/0022-0167.53.1.80
  5. Diener, E., Emmons, R. A., Larsen, R. J., & Griffin, S. (1985). The Satisfaction With Life Scale.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 49(1), 71–75. DOI: 10.1207/s15327752jpa4901_13
  6. Ryff, C. D. (1989). Happiness is everything, or is it? Explorations on the meaning of psychological well-be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7(6), 1069–1081. DOI: 10.1037/0022-3514.57.6.1069
  7. van der Weel, F. R., & van der Meer, A. L. H. (2024). Handwriting but not typewriting leads to widespread brain connectivity. Frontiers in Psychology, 14, 1219945. DOI: 10.3389/fpsyg.2023.1219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