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13개 영역 — 한 영역만 보면 보이지 않는 것
Ryff의 6차원 + Diener의 SWLS + Steger의 의미. 세 학자의 도구를 한 장에 모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
"일 빼고 나머지는 다 좋아요"라는 한 줄의 함정
인생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한 줄이 있습니다.
"일 빼고 나머지는 다 좋아요."
이 한 줄을 한 발짝 떨어져서 다시 들으면 — 묘한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나머지가 다 좋다고 답한 사람의 표정이, 종종 그 말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 그 사람의 나머지 중 한두 곳에서 — 일 못지않은 비어 있음이 발견됩니다.
문제는 그 비어 있음이 — 본인에게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가 인생을 한두 개의 큰 영역으로만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한 영역의 무게가 다른 영역을 가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가족'·'건강' 세 영역으로 자기 점검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 하나로 합니다. 한 영역이 무너지면 — 다른 영역들도 그 무게에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 일이 잘 풀리면 모든 게 좋아 보이고, 일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져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일이 잘 풀리는 시기에도 어느 영역은 비어 있고, 일이 무너지는 시기에도 어느 영역은 멀쩡합니다. 동시에 여러 영역을 보는 도구가 있어야 비로소 인생의 진짜 그림이 나옵니다.
Ryff의 6차원 — 심리적 안녕의 첫 통합 프레임
위스콘신 대학의 캐럴 리프(Carol Ryff)는 1989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한 논문을 발표합니다.1 제목은 「행복이 전부일까(Happiness is everything, or is it?)」.
리프는 말합니다. 한 사람의 '잘 사는 상태(well-being)'는 한 가지 점수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최소 6개의 차원으로 동시에 측정되어야 한다.
| 차원 | 의미 |
|---|---|
| 자율성 (autonomy) | 자기 가치로 결정하는 힘 |
| 환경 통제력 (environmental mastery) | 일상의 환경을 다룰 수 있는 감각 |
| 개인적 성장 (personal growth) | 어제와 다른 자신을 만드는 감각 |
| 긍정적 관계 (positive relations) | 깊이 있는 관계의 존재 |
| 삶의 목적 (purpose in life) | 자신이 왜 사는가에 대한 답 |
| 자기 수용 (self-acceptance) | 자기 자신과 화해된 감각 |
이 6차원이 각각 점수를 갖습니다. 어떤 사람은 1·2·3은 높지만 4·5·6이 낮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표면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깊이서는 비어 있는 경험을 합니다.
Diener의 SWLS — 단일 차원의 보완
리프의 6차원이 깊이를 본다면, 일리노이 대학의 에드 디너(Ed Diener)가 1985년 발표한 삶 만족 척도(Satisfaction With Life Scale, SWLS)는 전체적인 만족도를 봅니다.2
SWLS는 단 5개 문항입니다. "나는 내 삶에 대체로 만족한다" 같은 단순한 문장에 1~7 척도로 답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측정이 — 사람의 주관적 행복을 가장 안정적으로 예측합니다. 디너의 핵심 발견 중 하나는 — 이 만족도가 물질적 풍요와는 별개라는 점이었습니다.
리프의 6차원과 디너의 단일 차원을 함께 보면 — 한 사람의 깊이와 전반적 색조를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Steger의 의미 — 마지막 결정적 차원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마이클 스테거(Michael Steger)는 2006년 삶의 의미 질문지(MLQ)를 발표합니다.3 그는 한 가지 결정적 차원을 추가합니다 — 바로 삶의 의미(meaning in life).
스테거는 의미를 두 차원으로 나눕니다.
- 현존(presence) — 자기 삶에서 의미를 현재 느끼고 있는 정도.
- 탐색(search) — 의미를 찾고 있는 정도.
이 두 차원의 조합이 — 한 사람의 내적 평화와 내적 흔들림을 동시에 설명합니다.
13개로 펼쳐지는 인생의 점검표
리프의 6차원 + 디너의 1차원 + 스테거의 2차원 + 거기에 일상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4개 영역(일·건강·재정·여가)을 더하면 — 약 13개 영역의 점검표가 만들어집니다.
이 13개를 한 장에 펼쳐 놓고 각각 1~10점으로 답해 보면 —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자기가 느꼈던 점수와 적은 점수가 일치하지 않는 영역이 1~2곳 있습니다. 거기에 — 자기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비어 있음이 있습니다.
이 도구가 가진 가장 큰 가치는 — 낮은 점수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찾기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상과 다른 자리, 그곳이 지금의 자기 인생이 말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 영역만 고치려는 충동의 함정
13개를 펼쳐 본 사람들이 자주 빠지는 다음 함정이 있습니다. 가장 낮은 한 영역을 고치려고 곧장 달려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 인생의 영역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리프와 디너·스테거의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같은 사실을 말합니다. 한 영역의 회복은 옆 영역의 도움 없이는 어렵습니다. 관계가 비어 있는 사람이 일 영역만 끌어올리려 하면 — 다음 분기에 더 깊은 피로로 돌아옵니다. 의미가 비어 있는 사람이 건강 영역만 챙기려 하면 — 운동도 길게 못 갑니다.
그래서 13개 영역을 본다는 것은 — 어느 한 영역을 고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어느 두세 영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기 위한 도구입니다.
오늘 밤, 한 장의 종이만
오늘 밤, 종이 한 장을 꺼내 13개 영역을 적어 보세요. 그리고 각각에 1~10점을 매겨 보세요. 매기기 전에 예상 점수를 먼저 적고, 그다음에 솔직한 점수를 적습니다.
두 점수의 차이가 가장 큰 한 영역이 — 지금 당신의 인생이 조용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 영역입니다.
그곳을 곧장 고치려 하지 마세요. 그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일주일을 살아 보세요. 그 일주일이 — 다음 달의 한 결정을 다르게 만듭니다.
참고 자료 (Sources)
- Ryff, C. D. (1989). Happiness is everything, or is it? Explorations on the meaning of psychological well-be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7(6), 1069–1081. DOI: 10.1037/0022-3514.57.6.1069
- Diener, E., Emmons, R. A., Larsen, R. J., & Griffin, S. (1985). The Satisfaction With Life Scale.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 49(1), 71–75. DOI: 10.1207/s15327752jpa4901_13
- Steger, M. F., Frazier, P., Oishi, S., & Kaler, M. (2006). The Meaning in Life Questionnaire: Assessing the presence of and search for meaning in life.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53(1), 80–93. DOI: 10.1037/0022-0167.53.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