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50권을 읽었는데도 왜 안 바뀌는가 — '읽기'와 '실행'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간극
책장의 한쪽에 50권이 꽂혀 있다. 줄도 그어져 있다. 그런데 삶은 그대로다. 한 메타분석이 그 자리에 정확한 이름을 붙입니다.
책장의 한쪽, 줄이 그어진 50권
당신의 책장 한쪽을 보세요. 거기에 자기계발서가 몇 권 꽂혀 있나요?
10권일 수도, 30권일 수도, 50권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펼쳐 보면 형광펜 자국이 있고, 모서리가 접혀 있고, 어떤 페이지에는 "중요!"라고 적혀 있기도 합니다. 분명히 읽었습니다. 분명히 무릎을 쳤습니다.
그런데 — 한 가지 정직한 질문을 던져 봅니다.
"이 50권을 읽기 전과 후, 내 삶의 무엇이 분명히 달라졌는가?"
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건 당신의 게으름이 아니라, '읽기'와 '실행' 사이에 비어 있는 한 단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한 단계에는 — 94개 연구를 합한 한 메타분석이 — 정확한 이름을 붙여 두었습니다.
한국인은 충분히 읽는다
한국은 자기계발서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매년 새로 출간되는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순위의 상단을 차지하고, 같은 책의 개정판·신판이 반복해서 1위에 오릅니다.
수치 추정은 출처마다 다르지만,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자기계발 도서 구입 권수는 평균 몇 권 수준이며, 누적으로는 일생 동안 수십 권을 사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묘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읽는데, "자기계발서 한 권으로 인생이 분명히 바뀌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드뭅니다.
이 간극에 답이 되는 연구가 두 편 있습니다.
Gollwitzer & Sheeran의 메타분석 — 비어 있는 한 단계의 이름
뉴욕 대학의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와 영국 셰필드 대학의 폴 시런(Paul Sheeran)은 2006년, 94개 연구·8,000여 명의 데이터를 합한 메타분석을 발표했습니다.1
그들이 측정한 변수는 단 하나였습니다. 실행의도(implementation intention) — 즉,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언제·어디서·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한 줄로 바꾸어 적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목표 달성률 차이.
결과는 명료했습니다.
"실행의도를 가진 사람의 목표 달성 효과 크기는 d=0.65, 즉 중간에서 큰 효과(medium-to-large)였다."
심리학에서 d=0.5만 넘으면 '큰 효과'로 분류됩니다. d=0.65는 — 단 한 줄의 형식을 바꾼 것치고 — 매우 큰 수치입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읽기'에서 '실행'으로 가는 길에 비어 있는 한 단계의 이름은 "구체성"입니다.
자기계발서 50권은 거의 모두 무엇을 해야 하는지(what)를 말합니다. 좋은 책이라면 왜 그래야 하는지(why)까지 말합니다. 그러나 언제·어디서·어떻게(when·where·how)의 한 줄은 — 그 책은 알 수 없습니다. 그건 독자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Bandura의 자기효능감 — 읽기만 해서는 자라지 않는다
지난 글에서도 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 이론을 다시 펼쳐봅니다.2
반두라가 1977년에 이미 분명히 한 사실은 — 자기효능감의 가장 강한 원천은 '대리 경험(vicarious experience)'이 아니라 '직접 경험(mastery experience)'이라는 것입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행위는 대리 경험입니다. 저자의 성공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살아봅니다. 반두라의 척도에서 대리 경험은 자기효능감을 어느 정도 끌어올립니다. 그러나 — 30일 후에는 다시 빠집니다. 직접 경험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 사실은 우리에게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보여줍니다.
자기계발서를 50권 읽는 것은 — 의외로 — 자기효능감을 깎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처럼 살아야 한다"는 인식만 누적되고, "그러나 나는 아직 그렇게 살지 못한다"는 인식이 나란히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51번째 책을 펼칠 때 — 50권을 읽기 전보다 자기효능감이 더 낮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Matthews의 작은 실험 — 글로 적힌 한 줄의 효과
도미니칸 대학의 게일 매튜스(Gail Matthews) 박사가 2015년 발표한 실험을 한 번 더 인용합니다.3
매튜스는 참가자들을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4주짜리 목표를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단순했습니다.
목표를 머릿속에만 가진 사람보다, 그 목표를 글로 적고 + 매주 진척을 한 친구에게 보낸 사람의 달성 확률이 76% 더 높았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것은 — 자기계발서를 읽는 행위 자체가 무력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책 한 권에서 단 한 줄을 골라 + 그 한 줄을 내 언어로 적고 + 누군가와 공유하는 행위가 책 50권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읽기'와 '실행' 사이 — 네 단계의 다리
여기까지의 세 연구를 종합하면, 우리는 '읽기'에서 '실행'으로 가는 다리를 네 단계로 그릴 수 있습니다.
| 단계 | 행위 | 머무는 곳 |
|---|---|---|
| 1. 읽기 | 책을 읽는다 | 머릿속 |
| 2. 한 줄로 압축 | 그 책의 핵심 한 줄을 손으로 적는다 | 노트 |
| 3. 실행의도 | "언제·어디서·어떻게"를 한 줄로 적는다 | 노트 |
| 4. 실행 | 그 한 줄대로 한다 | 일상 |
자기계발서 50권 중 49권은 — 안타깝게도 — 1번 단계에서 멈춥니다. 좋은 책 한두 권은 2번까지 끌어줍니다. 그러나 3번 실행의도의 한 줄은 — 그 책의 저자가 대신 적어줄 수 없습니다. 저자는 당신의 화요일 오후 3시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책 50권보다 한 줄이 강한 이유
이제 본 글의 처음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왜 자기계발서 50권을 읽었는데도 안 바뀌는가?
답은 — 책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책을 읽는 행위가 책장의 두께는 늘리지만 실행의도 노트의 줄 수는 늘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걸 알게 되면, 다음 책을 펼치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이 책에서 나는 몇 줄의 실행의도를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 하나만 가지고 펼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200페이지의 책이 — 단 두 줄의 결정으로 압축됩니다. 그리고 그 두 줄이, 책 50권이 못 한 일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 이 실행의도의 한 줄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그 구조를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If-Then"이라는 단순한 형식이 단 한 줄의 차이를 어떻게 만드는지.
오늘 밤, 한 줄만
이 글을 닫기 전에, 단 한 가지를 제안합니다.
책장에서 — 가장 인상 깊었던 자기계발서 한 권을 꺼내 보세요. 펼쳐서 형광펜으로 줄을 그어 둔 그 한 줄을 다시 읽어 보세요. 그 한 줄을 종이에 손으로 옮겨 적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어 보세요.
"이번 주 [언제·어디서] 나는 [어떤 한 행동]을 한다."
이 한 줄을 적었다면, 당신은 책 50권을 읽은 사람들의 대다수가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 들어선 것입니다. 이번 주 한 번만, 그 한 줄대로 해 보세요. 그게 자기계발서 50권을 살아낸 것입니다.
참고 자료 (Sources)
- Gollwitzer, P. M., & Sheeran, P. (2006). Implementation intentions and goal achievement: A meta-analysis of effects and processes.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38, 69–119. DOI: 10.1016/S0065-2601(06)38002-1
- Bandura, A. (1977). Self-efficacy: Toward a unifying theory of behavioral change. Psychological Review, 84(2), 191–215. DOI: 10.1037/0033-295X.84.2.191
- Matthews, G. (2015). The Impact of Commitment, Accountability, and Written Goals on Goal Achievement. Dominican University of Califor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