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 · 우리가 선 자리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 설계도

인생포트폴리오를 만들기까지, 저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그 책이 남긴 한 문장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기준으로 살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책 한 권이 이 서비스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적었습니다.

· 7분 읽기 · Notes

한 문장에서 시작된 질문

인생포트폴리오를 만들기까지, 저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故 강영우 박사의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생명의말씀사)입니다.

강영우 박사는 중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잃었습니다. 뒤이어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의지하던 누나마저 잃은 채 그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에서 1976년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되었으며,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로 일했습니다.

그가 평생에 걸쳐 붙든 한 가지 메시지가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기준으로 살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진정한 영웅은 남을 이긴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맡겨진 것에 충실해 변치 않는 가치에 기여한 사람이라는 믿음이었습니다.

그 책을 덮을 무렵, 저는 인생포트폴리오라는 서비스가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글레이저, 그리고 달란트

책에서 강영우 박사는 이렇게 전합니다.

“피츠버그대학에 세계적인 학습연구개발센터를 창설한 로버트 글레이저 박사는 절대평가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절대평가의 원리를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에서 가져왔다.” — 강영우,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생명의말씀사)

로버트 글레이저(Robert Glaser, 1921–2012)는 미국의 교육심리학자입니다. 1963년 American Psychologist에 발표한 논문에서 ‘규준 참조 평가(norm-referenced, 흔히 말하는 상대평가)’와 ‘준거 참조 평가(criterion-referenced, 절대평가)’라는 두 개념을 구분하고 명명했으며, 같은 해 피츠버그대학에 학습연구개발센터(LRDC)를 공동 창설해 1997년까지 그 소장을 지냈습니다. 그는 ‘절대평가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이 절대평가의 원리는, 제가 평생교육의 교육철학을 다듬고 인생포트폴리오가 추구할 가치—특히 ‘고유성’—를 또렷이 하는 데 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달란트 비유가 말하는 평가의 원리

마태복음의 달란트 비유에서, 주인은 길을 떠나며 세 종에게 각각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맡깁니다. 강영우 박사는 이 장면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주인은 돌아와 세 종을 서로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다섯 달란트 받은 종을 두 달란트 받은 종과 견주어 등수를 매기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자에게 맡겨진 것을 기준으로, 그 기준에 비추어 얼마나 성취했는가를 보았습니다. 다섯을 받아 다섯을 남긴 종과, 둘을 받아 둘을 남긴 종은 똑같이 칭찬받았습니다. 받은 만큼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강영우 박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맡겨진 달란트는 타고난 기본 능력이고, 그것을 얼마나 키웠는가가 성취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기본 능력’을 인생의 장기적인 목적, 곧 한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삶의 방향으로 바꾸어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보다 앞서 있느냐 뒤처져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중요한 것은 내 안에 있는 분명한 목적과 방향을 향해 내 자질을 어떻게 갖춰 가느냐라고 그는 썼습니다.

이 한 단락이, 인생포트폴리오라는 서비스의 설계 원리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인생포트폴리오가 이어받은 것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비교가 쉬운 시대를 삽니다. AI가 답을 순식간에 내놓고, 모든 성취가 숫자로 줄 세워지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주 묻습니다. “나는 왜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을까.”

인생포트폴리오는 이 질문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달란트 비유의 주인이 종들에게 맡긴 것을 기준으로 평가했듯, 그리고 강영우 박사가 그 원리를 한 사람의 인생 전체로 확장했듯, 인생포트폴리오는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각자에게 맡겨진 고유한 사명을 기준으로 삶을 설계합니다. 비교의 자리에 기준을 두되, 그 기준은 임의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본래 맡겨진 것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몇 개의 유형으로 묶거나 등수로 줄 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Only One 진단’을 통해 한 사람의 고유성을 발견하고(발견), 그것을 일상의 작은 걸음으로 새기며(살아냄), 끝내 그 사람만의 인생 자산으로 남기는(남김) 하나의 여정을 함께 설계합니다.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기준이 생기는 것

여기서 한 가지를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비교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현실의 경쟁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입학에는 합격과 불합격이 있고, 취업에는 채용과 탈락이 있으며, 창업에는 수익과 손실이, 인생에는 성공과 실패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인생포트폴리오는 이 현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강영우 박사 역시 운동 경기처럼 상대적 비교가 꼭 필요한 자리가 있음을 인정했고, 오히려 자기에게 주어진 목적에 성실하게 매진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상대적 경쟁에서도 이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핵심은 경쟁의 유무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자기 자신을 평가하느냐입니다. 남과의 비교를 유일한 잣대로 삼으면, 한 번의 탈락과 한 번의 손실이 곧 ‘나라는 사람의 실패’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결과의 부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리가 생깁니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다섯의 성취를,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두의 성취를 향해 나아가면 됩니다. 그것이 상대적 박탈감으로부터 사람을 지키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자리입니다.

인생포트폴리오가 우열을 가리지 않는 것은 경쟁을 외면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자기 인생의 기준을 남이 아닌 자신 안에 두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받은 것을 충실히,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로

강영우 박사는 자신의 절망을 비교가 아닌 자기 기준 위에서 다시 일으켜 세웠고, 그 삶 자체로 한 권의 책을 남겨 다음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 걷게 했습니다. 인생포트폴리오가 지향하는 마지막 자리도 바로 그곳입니다. 한 사람이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발견하고 충실히 살아낸 뒤, 그것을 다른 사람도 따라 살 수 있는 양식으로 남기는 일.

비교는 끝이 없고, 그 끝에는 대개 상처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오를 수 없는 산이 없습니다.

당신에게 맡겨진 달란트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어디까지 키워, 무엇으로 남기고 싶습니까. 인생포트폴리오가 그 질문에 함께 답해 드리겠습니다.

참고 문헌: 강영우,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 생명의말씀사. / Glaser, R. (1963). Instructional technology and the measurement of learning outcomes: Some questions. American Psychologist, 18, 519–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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