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S · 11 · CLUSTER D 소명·사명

흩어진 노트·다이어리·일정표를 따로 쓰는 비용 — 시간이 아니라 정체성의 비용

다섯 권에 흩어진 자기는 한 사람의 통합된 자기로 묶이지 않는다. Duckworth · Mueller · Dik-Duffy · Ryff가 함께 짚는 한 권의 가치.

· 8분 읽기 · 소명·사명 · 시리즈 11편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다섯 권의 노트

어느 해, 한 사람이 책상 서랍을 정리합니다. 그러다 — 같은 시기에 시작했지만 각자 다른 시점에 멈춰 있는 다섯 권의 노트를 발견합니다.

이 다섯 권은 — 그 사람의 성실함이 부족해서 멈춘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일 년 동안 노트들에 적은 총 페이지는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 어느 노트도 끝까지 가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시간 비용은 빙산의 일각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비용은 시간입니다. 다섯 권의 노트를 각각 열고 닫는 시간, 어디에 무엇을 적었는지 찾는 시간, 같은 정보를 두세 번 옮겨 적는 시간. 이 시간을 합치면 — 하루에 약 15~20분. 일 년이면 약 100시간.

그러나 진짜 비용은 시간이 아닙니다. 진짜 비용은 — 다섯 권에 흩어진 자기를 한 사람의 통합된 자기로 묶지 못하는 비용입니다. 이 비용을 — 정체성 통합의 비용이라고 부르겠습니다.

Duckworth의 그릿 — 일관성이라는 차원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안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그릿(grit)을 두 차원으로 정의합니다.1 열정의 강도와 — 열정의 일관성(consistency of interests). 그리고 그릿 연구가 일관되게 보여준 사실 한 가지는 — 일관성이 강도보다 더 강하게 장기 성취를 예측한다는 점입니다.

일관성은 같은 목표를 길게 가는 능력입니다. 그런데 다섯 권의 노트로 자기를 적는 사람은 — 같은 시간에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자기를 살고 있습니다.

노트그 노트의 자기
큐티 노트영성을 향한 자기
업무 다이어리성과를 향한 자기
가계부절약을 향한 자기
건강 일지체력을 향한 자기
아이디어 메모미래를 향한 자기

이 다섯 자기가 — 한 사람의 통합된 일관성으로 묶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섯 권 중 어느 권도 — 깊이가 깊어지지 않습니다. 그릿이 길게 가는 한 가지에서 나오는 힘이라면, 다섯 권은 그 한 가지를 분산시킵니다.

Mueller·Oppenheimer — 손글씨가 통합을 만든다

프린스턴 대학의 팸 뮬러(Pam Mueller)와 대니얼 오펜하이머(Daniel Oppenheimer)는 2014년 Psychological Science에 한 실험을 발표합니다.2 같은 강의를 들은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 한 그룹은 키보드로, 다른 그룹은 손으로 기록하게 했습니다. 일주일 뒤 두 그룹에 같은 시험을 봤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손으로 적은 그룹의 점수가 — 단순 회상에서도, 개념 통합에서도 더 높았습니다. 뮬러와 오펜하이머가 강조한 한 가지 효과가 통합(integration)입니다. 손으로 적으면 — 머릿속에서 흩어진 정보압축·재구성·연결하는 작업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 손으로 적는 도구가 한 권일 때, 그 통합이 영역들 사이로도 확장된다는 사실이 보입니다. 영성과 일이 한 페이지에서 만날 때, 운동과 의미가 한 줄로 이어질 때 — 그것들이 서로를 다시 보게 합니다.

Dik·Duffy의 소명 — 자기 너머의 통합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브라이언 딕(Bryan Dik)과 라이언 더피(Ryan Duffy)는 2009년 소명의 세 차원 중 첫 번째로 — 자기 너머의 부름(transcendent summons)을 꼽습니다.3 이 부름이 작동하려면 — 한 사람의 모든 영역그 부름 아래에 줄을 서야 합니다.

큐티 노트의 영성, 업무 다이어리의 성과, 가계부의 절약, 건강 일지의 체력, 아이디어 메모의 미래 — 이 다섯이 각자 다른 노트에 분리되어 있는 동안에는, 자기 너머의 부름이 그것들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킬 수 없습니다. 한 권의 노트가 — 그 정렬의 물리적 자리입니다.

Ryff의 6차원 — 영역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캐럴 리프(Carol Ryff)의 심리적 안녕 6차원 — 자율성·환경 통제·성장·관계·목적·자기 수용 — 의 연구가 일관되게 보여준 사실이 있습니다.4 한 차원의 회복은 옆 차원의 도움 없이는 길게 가지 않는다. 목적이 비어 있는 사람의 성장 노력이 — 길게 가지 못합니다. 관계가 빈약한 사람의 자기 수용이 — 깊어지지 않습니다.

이 6차원을 동시에 보는 도구가 — 다섯 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한 권에서만 가능합니다.

한 권이 만드는 세 가지 변환

한 권으로 통합한 사람들에게서 — 공통적으로 세 가지 변환이 보고됩니다.

  1. 시간 비용의 회수 — 하루 15~20분, 일 년 100시간.
  2. 일관성의 회복 — 같은 자기·같은 방향·같은 깊이.
  3. 자기 너머와의 정렬 — 다섯 영역이 하나의 부름 아래로 줄을 섭니다.

세 번째가 — 다섯 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가 — 사람의 인생 후반을 질적으로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오늘 밤, 다섯 권을 한 줄로

오늘 밤, 책상 서랍을 한 번 정리해 보세요. 흩어진 노트들이 몇 권 있는지 세어 보세요. 그리고 그 노트 각각에 적혀 있는 서로 다른 자기들의 이름을 — 종이 한 장에 한 줄씩 적어 보세요.

"큐티 노트의 자기 — _________"
"업무 다이어리의 자기 — _________"
"가계부의 자기 — _________"
...

이 다섯 줄을 한 장에 모은 그 순간 — 처음으로, 흩어진 자기들한 페이지 안에 들어옵니다. 그 한 페이지에서, 한 권으로의 통합이 시작됩니다.

참고 자료 (Sources)

  1. Duckworth, A. (2016).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Scribner. (그릿 = 열정의 강도 + 일관성 두 차원)
  2. Mueller, P. A., & Oppenheimer, D. M. (2014).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keyboard: Advantages of longhand over laptop note taking. Psychological Science, 25(6), 1159–1168. DOI: 10.1177/0956797614524581
  3. Dik, B. J., & Duffy, R. D. (2009). Calling and vocation at work: Definitions and prospects for research and practice. The Counseling Psychologist, 37(3), 424–450. DOI: 10.1177/0011000008316430
  4. Ryff, C. D. (1989). Happiness is everything, or is it? Explorations on the meaning of psychological well-be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7(6), 1069–1081. DOI: 10.1037/0022-3514.57.6.1069